4월 2일, 트럼프의 ‘해방의 날’에 미국은 어디로 걷고 있을까
가끔은 뉴스가 마치 영화 같다. 호러 영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을 '미국 해방의 날(American Liberation Day)'이라고 선언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해방이라니, 누가 미국을 점령하고 있었지?"
그런데, 그의 관점은 달랐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불공정한 무역 체계에 '약탈'당해 왔다. 그것도 적국뿐 아니라 동맹국들에게.
그래서 그는 2025년 들어, 취임 즉시 관세의 칼을 뽑았다. 이름하여 ‘상호관세(reciorocal tariff)’ 정책.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매기는 관세만큼 미국도 그들에게 똑같이 돌려주겠다는 논리다. 거기엔 조세, 법률, 검역 같은 비관세 장벽까지 계산해서 맞춤형으로 적용한다.
그날, 4월 2일. 미국은 마치 어떤 족쇄에서 풀려난 듯한 포즈로 이 선언을 터뜨렸다. 그리고 ‘해방의 날’은 단순한 말이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시작한 날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관세폭탄의 정밀 타격 리스트
이건 단순히 ‘관세 좀 올린다’는 정도가 아니다. 이건 산업별로 정밀하게 설계된 압박 작전이다. 트럼프가 정말 싫어했던 게 무역적자였고, 그걸 일으키는 나라들이 타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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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알루미늄: 3월 12일부터 모든 수입 제품에 25% 재부과. 캐나다, 멕시코, 한국 다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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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4월 3일부터 25% 관세. 한국산 자동차는 대미 수출의 27%를 차지했는데, 이제 이익률이 휘청거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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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한 달 유예 후 5월 3일부터 25%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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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약품·목재: 곧 따라올 품목들. 아직 시점은 안 나왔지만, “예외는 많지 않을 것”이란 트럼프의 말을 보면, 거의 다 걸린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는 이름이 있다.
‘더티 15(Dirty 15)’ — 미국이 가장 미워하는 무역상대국들. 무역적자가 많고, 장벽을 높게 쳐둔 나라들이다. 한국도 유력한 후보 중 하나다.
‘해방의 날’이 주는 메시지
트럼프는 4월 2일을 ‘해방’이라 불렀다. 해방이라는 말은 보통 군사적 점령이나 독재로부터 벗어날 때 쓰는 단어다. 그런데 그가 말한 ‘해방’은 WTO 다자무역 체제나 동맹국과의 불균형 조약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
실제로 그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 나라가 강간과 약탈을 당하도록 허용해왔다.”
듣는 귀가 씁쓸해졌다. 트럼프 특유의 언어지만, 그 안엔 분명한 전략이 있었다.
국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들고,
다자 체제를 깨고 미국이 주도하는 양자 협상 체계로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그 수단이 관세였다.
$36조 달러 부채를 갚고,
쇠락한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그의 꿈. 총과 미사일 대신 관세를 이용한 전쟁이다.
얼마나 많은 나라와 국민들이 이 정책의 제단에 올라가 피를 흘리게 될까?
그 여파는 어디까지 번질까?
그날 이후 세계는 술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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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체제는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애초에 WTO 상소기구를 마비시킨 전력이 있고, 이제는 아예 다자 규범을 무시한 채 양자 협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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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일본, 캐나다 등 동맹국들은 발끈했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리스트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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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본격적으로 “관세 보복”을 선언하고, 미국산 LNG와 항공기 구매를 줄이는 등 실질적 조치를 예고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 부품에 60% 관세를 검토 중인데, 이게 실현되면 중국 제품은 사실상 가격경쟁력 상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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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는 물론, 철강·알루미늄·부품까지 줄줄이 걸렸다. 게다가 한국은 대미 흑자가 많아서 ‘더티 15’에 들어갈 가능성도 크다.
결국, 모두가 잃는다
트럼프의 전략은 ‘일단 때리고 나중에 협상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신뢰를 깨고, 협상의 여지를 좁힌다.
월가에서는 말한다.
“관세는 자해행위다.”
왜냐고?
관세가 오르면 미국 내 소비자 가격도 오르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미국 기업도 피해를 입는다.
예측으로는 14만 2000개 미국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는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세대에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라고 말했지만, 문제는 그 한 세대가 같이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론: 세계는 지금, 힘으로 통상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정말 '해방'이 맞을까?
아니면, 새로운 속박의 시작일까?
이제 세계는 갈림길에 섰다.
다자주의와 협력을 포기하고, 힘의 논리와 블록화의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미국 없는 무역이라는 새로운 연대를 모색할 것인지.
한국은 그 한복판에 있다.
그리고 선택은 이제… 모든 나라의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